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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 감각과 아이의 몸 균형: 흔들 의자 하나의 힘

by 개굴09 2025. 6. 19.

흔들의자

― 흔들의자 하나가 아이의 감각통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어느 오후, 햇살이 거실 바닥을 따스하게 적시는 시간. 아이는 흔들의자에 올라가 느릿느릿 몸을 앞뒤로 흔듭니다. 말없이 반복되는 그 움직임. 어른 눈엔 그저 심심풀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짧은 동작 하나하나가 아이의 몸에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흔들의자는 전정감각을 자극합니다.

전정감각이란 귀 안에 위치한 전정기관을 통해 움직임과 방향, 속도, 중력을 감지하는 감각입니다. 이 감각이 우리 몸의 중심을 바로잡고, 공간에서 균형을 유지하게 해줍니다. 아이가 흔들의자 위에서 앞뒤로 흔들릴 때, 뇌는 계속해서 “지금 몸이 앞으로 간다”, “이제 뒤로 간다”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분석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균형감각을 기르는 것을 넘어, 뇌 전체의 감각통합 능력을 자극한다. 

감각통합이란 여러 감각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작동하는 능력입니다. 앞선 글을 읽어보셨다면 감각통합이라는 단어가 익숙해 지셨을 것입니다. 우리가 책상에 앉아 글씨를 쓸 수 있는 것도, 친구와 공을 주고받으며 웃을 수 있는 것도 모두 이 통합 덕분입니다. 그런데 감각통합은 저절로 자라지 않습니다. 아이는 수많은 신체 경험을 통해 감각을 탐색하고, 스스로 조절하는 법을 배워갑니다.

놀이터의 그네나 트램펄린이 없어도, 집 안의 흔들의자 하나가 아이의 몸과 뇌에 꼭 필요한 '균형 감각 훈련장'이 될수 있습니다. 이 작은 도구가 아이에게 주는 메세지는 “움직여도 괜찮아. 네 몸은 너를 잘 지지할 수 있어.” 입니다.

이따금 아이가 흔들의자에 올라 ‘가만히 움직이고’ 있을 때, 그건 단순히 휴식을 취하거나 시간을 허비하는 순간이 아닙니다. 아이는 그 순간, 자기 몸을 조율하는 법을 배우고, 중력을 체험하며, 자신을 둘러싼 공간과 친해지는 중입니다. 흔들의자 하나가 품고 있는 감각의 깊이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깊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아이의 단순한 행동 단순한 놀이 하나에도 감각통합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지 생각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계속해서 이런 글을 쓰는 이유이며, 아이의 발달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계속해서 흔들의자를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흔들의자의 움직임은 리듬을 만듭니다. 이 리듬은 아이의 신경계에 안정감을 주고, 정서적으로도 큰 위안을 줍니다. 실제로 감각이 예민하거나 쉽게 불안해지는 아이들이 흔들의자에 앉아 일정한 속도로 흔들릴 때, 눈에 띄게 차분해지는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이것은 감각통합실에서 흥분하고 각성이 높은 아이에게 일정한 속도로 안정감있게 그네를 태우는 활동과 같습니다. 이는 단지 ‘기분이 나아졌다’는 정도가 아니라, 전정감각이 조절되면서 전체 감각 시스템이 함께 안정화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전정감각은 주의력, 학습력, 감정조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렇게 학습적인 측면과의 관계를 이야기 하면 부모님들은 눈이 동그래지며 귀를 더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몸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집중하기 어렵고, 사소한 자극에도 과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흔들의자처럼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움직임은 뇌에 안정적인 감각 자극을 제공하고, 이는 곧 자기조절력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니까 아이가 그 흔들의자 위에서 한참을 보내는 시간은,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아가는 훈련의 시간입니다.

이런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면, 흔들의자는 단순한 가구가 아니게 됩니다. 그것은 아이에게 주는 하나의 ‘감각적 공간’이고, ‘자기조절의 장치’이며, ‘몸과 마음이 연결되는 다리’가 됩니다.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피난처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부모가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는 감정적 연결의 매개체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의 움직임을 자주 ‘산만함’으로 생각합니다. 조금만 움직임이 계속되도 '가만히 있어' '왜 이렇게 산만하니?'라는 말을 자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움직임 속에는 늘 이유가 있습니다. 특히 전정감각이 미숙한 아이는 스스로의 몸 상태를 조절하기 위해 더 많이, 더 자주 움직이려 합니다. 그런 아이에게 흔들의자는 자유롭게 움직이면서도 안전하게 감각을 채워갈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줍니다. 아무 말 없이 몸을 앞뒤로 흔드는 그 시간이야말로, 가장 깊은 학습이 일어나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한 아이의 전정감각이 다듬어진다는 건, 단순히 몸의 균형을 잘 잡게 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것은 아이가 ‘내 몸을 내가 느끼고, 믿고, 다룰 수 있다’는 자각으로 이어집니다. 자각은 곧 자신감이 되고, 자신감은 세상에 다가가는 힘이 됩니다.

작고 흔한 흔들의자 하나.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아이의 몸과 마음을 잇는 이 조용한 도구 하나가, 때론 어떤 장난감보다도 더 크고 깊은 발달의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흔들의자에 많은 의미를 부여해본 글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난 여러분은 아이가 흔들의자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매우 단순해 보이는 활동을 조용이 지켜봐 주세요. 어떤 행동이든 그것은 단순하 '놀이' , '휴식'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세상에 다가가기 위해 조절해나가는 성장의 시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