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오랜 시간 육아와 교육에서 섬세함과 창의성을 강조해온 나라입니다. 특히 영유아기의 발달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놀이문화와 환경 조성은 많은 부모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 탐방기에서는 일본의 육아놀이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느낀 점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일본 육아놀이 현장에서 ‘아이 중심’이라는 키워드가 어떻게 놀이, 장난감, 체험활동 전반에 녹아져 있는지 함께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영유아 발달 중심의 놀이문화
일본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돌아다니며 가장 먼저 느낀 건, '놀이가 곧 배움'이라는 철학이 곳곳에 살아 숨 쉰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학습과 놀이가 분리되어 생각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은 놀이 자체를 발달의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매우 뚜렷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도쿄의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나무로 된 주방 놀이 세트로 요리를 하며 자연스럽게 이와 관련된 표현을 통해서 언어, 또래 아이들과의 사회성, 도구를 사용하고 물건을 다루면서 소근육, 다양한 음식을 만들면서 순서 개념 등을 익히고 있었습니다. 교사는 이런 놀이 시간에 간섭하지 않고 아이가 주도적으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도록 조용히 관찰하며 필요할 때만 개입하였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아이의 자율성과 내면의 표현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일본 유아교육에서는 감각발달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촉감놀이, 물놀이, 자연물 놀이 등을 통해 아이가 오감을 자극받고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방식을 배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실내 공간도 개방적이고 따뜻한 목재 위주로 꾸며져 있어 감성적인 안정감도 느껴졌습니다.
장난감 선택의 철학과 실천
일본의 장난감은 단순히 ‘재미’보다 ‘의미’를 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장난감 하나에도 교육적 가치와 발달 자극 요소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고, 부모나 교사들은 그 장난감이 어떤 발달영역을 자극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목재 완구’였습니다. 플라스틱 대신 천연 나무 재질의 블록, 도형 맞추기, 꿰기 놀이, 균형놀이 장난감들이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매우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아이의 소근육, 창의력, 인지능력을 키우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장난감 하나를 두고도 아이가 어떻게 상상하고 활용하는지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매우 관심있었던 점은 일본 부모들은 장난감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오래 노는 장난감’을 선호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의 성향과 발달에 맞는 소수의 질 좋은 장난감을 중심으로 깊은 놀이를 유도한다는 점이 다양한 장난감을 선호하는 우리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체험식 활동을 통한 성장 자극
체험은 일본 육아교육의 핵심이었습니다. 책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보는 것’을 강조하는 문화는 실제로 아이들의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특히 지역 커뮤니티와 연계한 다양한 체험 활동이 활발했습니다. 예를 들어, 시즈오카 지역에서는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미니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목수, 요리사, 상인 등 역할을 맡아 실제 돈을 쓰고 벌며 경제 개념을 놀이로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서 사회성과 문제 해결력, 협업 능력까지 키워주는 통합형 놀이였습니다. 또한 전통놀이와 자연을 결합한 활동도 많았습니다. 가마쿠라의 한 숲속 유아원에서는 매일 아이들이 나무를 타고, 돌을 모아 길을 만들고, 진흙으로 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활동 그 자체가 놀이이자 체험이며 배움이었습니다.
일본의 육아놀이는 아이를 단지 돌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자라는 과정’으로 인식하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놀이 하나하나가 발달과 연결되고, 장난감 하나에도 깊은 의미가 담기며, 체험 하나하나가 아이의 세계를 확장시켜 줍니다. 이 글을 통해 우리도 ‘놀이’라는 일상 속 소중한 시간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우리 아이와 어떤 놀이를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