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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만히 못 앉아 있을까: 움직임 욕구와 감각

by 개굴09 2025. 6. 28.

교실이나 식탁, 혹은 책상 앞에서 조금만 지나면 의자에 앉아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는 아이들. 많은 보호자와 교사들은 이런 행동을 ‘산만함’이나 ‘주의력 부족’으로 보곤 합니다. 하지만 모든 ‘움직임’이 곧 문제 행동인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고, 자리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데는 뇌의 감각 발달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고유수용성감각(Proprioception)전정감각(Vestibular sense)이 아이의 행동 반응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움직임은 정보다: 감각체계의 이해

고유수용감각은 근육과 관절에서 받아들이는 감각으로, 우리 몸이 어디에 어떻게 위치해 있는지를 알려주는 감각입니다. 전정감각은 귓속 전정기관을 통해 균형, 속도, 방향 감각을 조절하는 감각으로, 앉고 서고 구부리는 모든 움직임의 중심이 되는 기능입니다.

이 두 감각 체계가 미성숙하거나 적절히 자극받지 못한 경우, 아이는 자신의 몸을 뇌가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자기 감각’을 찾으려는 행동을 보입니다. 즉,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는 행동은 감각 체계가 뇌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보상적 움직임인 것입니다.

아이의 움직임 욕구, 단순한 ‘산만함’이 아니다

예를 들어, 고유감각이 미성숙한 아이는 몸의 힘 조절이 어렵고, 자세를 오래 유지하지 못해 쉽게 흐트러집니다. 전정감각이 미발달한 아이는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불편하고, 틈만 나면 몸을 기울이거나 구르거나, 다리를 떨며 전정 자극을 스스로 유도하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아이를 억지로 앉히거나 제지하는 것은 오히려 감각 체계의 불균형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아이의 움직임에는 이유가 있으며, 그 이유를 감각의 언어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움직임 욕구를 조절하는 ‘감각 통로 열기’

아이가 안정적으로 앉아 있을 수 있으려면, 먼저 움직임 욕구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아래와 같은 활동은 고유감각과 전정감각을 효과적으로 자극해, 자리에 머무르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키워줍니다.

  • 벽 밀기, 무거운 가방 들기: 고유감각 자극으로 몸의 중심 감각 강화
  • 그네 타기, 터널 통과: 전정감각 자극으로 균형 및 자세 조절 향상
  • 큰 볼 위에 앉아 균형 잡기: 뇌의 자극 조절 능력을 향상시켜 정적인 활동 준비
  • 앉은 채로 다리 들기, 돌돌 말린 수건 누르기: 앉은 자세 유지 훈련

이러한 활동은 수업 전에 잠깐, 식사 전에 몇 분만 하더라도 아이가 ‘움직임’을 충족하고 나면 안정된 상태로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쉽게 실천하는 감각통합 활동 루틴

일상 속에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감각 자극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려면, ‘놀이처럼 즐겁지만 구조화된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래는 고유감각과 전정감각을 동시에 자극하며 집중력도 함께 길러줄 수 있는 활동들입니다.

  • 양탄자 썰매: 전정감각, 고유감각 자극. 아이를 얇은 이불이나 러그 위에 태우고 천천히 밀어줍니다. 방향을 바꾸거나 정지와 출발을 조절하면 전정 자극의 예측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벽 밀기와 의자 끌기: 고유감각 자극. 교실이나 거실에서 벽을 밀게 하거나 무게가 있는 의자를 밀도록 합니다. 강한 근육 자극은 감정 안정에도 효과적입니다.
  • 크롤링 터널 통과: 전정감각, 고유감각 자극. 베개나 쿠션을 연결해 터널을 만들고, 기어서 통과하게 합니다. 몸 전체를 사용한 이동은 몸에 대한 인식력을 높입니다.
  • 균형볼 위에 앉아 책 보기: 전정감각 조절. 흔들리는 표면 위에서 앉아 책을 읽게 하면, 자세 조절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단, 짧은 시간부터 시작하여 관찰하며 조절해야 합니다.

🧠 집중력을 높이는 환경 구성 팁

감각통합적 접근에서는 단순히 움직임을 억제하는 대신,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움직일 수 있는 자리’ 만들기: 고정된 의자 대신, 무게 쿠션이나 균형볼을 활용하면 앉은 자세에서도 미세한 움직임으로 전정 자극이 가능합니다. 바닥에 앉는 것을 허용하거나, ‘서서 작업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 ‘움직인 후 앉기’ 루틴화: 활동 전 스트레칭이나 간단한 근육 운동(예: 팔굽혀펴기, 쪼그려 앉기)을 하고 앉게 하면, 고유감각 자극 후 안정된 상태로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주의 전환 공간’ 마련: 감각 과민 또는 과잉반응 아이의 경우, 감각 자극이 많아질 때 잠시 감각을 차단할 수 있는 조용한 코너를 만들어주세요. 커튼, 포근한 쿠션, 백색소음 기기 등을 배치하면 효과적입니다.

🌱 마무리하며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는 단순히 산만하다는 행동 평가로 교정해야 할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로 보기 전 아이가 움직이려는 ‘이유’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특히 고유수용성감각과 전정감각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지만, 몸의 위치를 감지하고 자세를 유지하며 주의 집중을 가능하게 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감각 체계입니다.

움직임은 아이의 감각 언어입니다. 아이의 ‘산만해 보이는 행동’ 속에서 필요한 감각을 알아채고, 그 욕구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때, 아이는 비로소 스스로 집중할 수 있는 힘을 키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