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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감각 과민의 연결고리: 몸이 먼저 느끼는 불편함

by 개굴09 2025. 6. 26.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 “옷이 따가워서 집중이 안 된다”, “사람 많은 곳은 숨이 막힌다”며 세상을 살아가는데 불안감을 표현하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는 단순히 심리적인 긴장감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중에는 심리적인 문제가 아닌, 감각 과민성(sensory over-responsivity)이라는 신경학적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어느 경우에 이렇게 설명될 수 있는지 이럴때는 어떻게 반응해야 한는지를 알아보고자 불안과 감각 과민 사이의 연결고리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연결고리의 이해를 통해 감각통합적 접근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감각은 뇌가 처리하는 정보다

우리 뇌는 하루에도 수천 가지 감각 정보를 처리합니다. 시각, 청각, 촉각은 물론, 전정감각(균형)과 고유감각(신체 위치 감각)까지 포함하여 복합적인 감각 자극이 유입되고, 뇌는 이를 분류·해석하여 행동으로 반응을 표현합니다. 하지만 일부 아이들 혹은 성인은 특정 감각 자극에 대해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것을 감각 과민 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과민 반응은 단순한 ‘예민함’을 넘어서 일상생활에 실질적인 문제를 갖게 됩니다.

불안과 감각 과민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신경생리학적으로 감각 과민과 불안은 편도체(amygdala)자율신경계(ANS) 활성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감각 자극이 들어올 때, 이를 위협 자극으로 인지하는 경우 편도체가 과활성화되며 교감신경계가 흥분합니다. 즉, 작은 소리나 약한 촉감도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고, 이에 따라 심장 박동이 증가하고, 호흡이 얕아지며, 위장 활동이 억제되는 등의 ‘불안 반응’이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태가 반복되면 감각에 대한 예민함이 점점 더 커지고, 일상에서 지속적인 불안을 경험하게 됩니다. 반대로 불안 수준이 높은 사람은 감각 정보를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이며, 두 현상은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게 됩니다.

감각통합적 개입의 필요성

이러한 상황에서 감각통합(Sensory Integration) 개입은 단순한 행동 교정이나 상담적 접근으로는 다룰 수 없는 부분인 신경조절력(neuromodulation) 회복을 다루고 있습니다. 감각통합 치료는 아동 혹은 내담자가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운 감각 자극을 서서히,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면서 뇌가 감각 자극을 위협이 아닌 일상 정보로 재인식하도록 돕습니다.

특히 전정·고유감각을 활용한 중재는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고, 편도체의 과잉 반응을 진정시키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감각통합적 개입은 불안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몸의 반응’을 조절함으로써 불안 반응 자체를 예방하는 전조기 개입(early intervention)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례로 보는 감각통합 개입: 불안이 줄어든 아이

초등학교 1학년인 지원(가명)이는 늘 긴장한 얼굴로 교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책상이 삐걱거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옷 태그가 살에 닿으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 채 옷을 벗고 싶어 했습니다. 선생님은 처음에 이를 단순한 ‘주의력 부족’이나 ‘버릇 없음’으로 여겼지만, 감각통합 상담을 통해 지원이 심각한 청각 및 촉각 과민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지원은 감각통합치료실에서 매주 2회씩 전정감각과 고유감각을 자극하는 활동(예: 그네 타기, 짐볼 위 균형잡기, 터널 기어가기)을 진행하였고, 동시에 청각 자극에 점진적으로 노출하는 소리 놀이(예: 백색소음 속 그림 맞추기, 리듬에 맞춰 움직이기)를 병행했습니다. 약 3개월 후, 지원은 교실에서 훨씬 안정된 태도를 보였고, 이전보다 명확히 “지금은 괜찮아요” “조금 시끄러워요” 같은 자기 조절 언어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감각 안정 활동

작은 감각에도 불안도가 높은 아이들에게 적용할수 있는 가정내 활동들도 있습니다. 대체로 자극을 점진적으로 천천히 제공하며 아동이 자극을 얕게, 갑자기 접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무게 담요 또는 누르기 놀이: 부드러운 무게감이 자율신경계를 진정시킵니다. 공갈 껌, 무게 있는 백팩도 유용합니다.
  • 천천히 움직이는 전정 자극: 그네, 회전판 등 느린 전정 자극은 불안 완화에 효과적입니다.
  • 예측 가능한 감각 루틴: 손 마사지 → 스트레칭 → 백색소음 듣기와 같은 순서를 매일 반복해 보세요.

마무리하며: 몸이 먼저 느끼는 ‘불안’을 이해하기

불안은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가 아닐수 있습니다. ‘몸이 먼저 느끼는 불편함’이 불안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감각처리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이것이 더욱 크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불안을 단순히 감정적으로만 접근하기보다, 감각적 기반에서 생각해보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행동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그 아이의 감각 세계를 이해해 보려고 해보세요. 감각통합은 단지 놀이가 아닙니다. 그것은 ‘불안을 진정시켜주는 언어’이며, 아이가 세상과 조화를 이루는 중요한 다리입니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감각세계를 들여다볼 준비가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