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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발달&놀이&감각통합

감각통합과 ADHD, 어떻게 다를까요?

by 개굴09 2025. 7. 3.

현장에서 자주 혼동되는 두 얼굴

“혹시 우리 아이 ADHD 아닌가요?”

감각통합치료실에서 부모님들이 치료사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아이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산만해 보이며, 한 가지 활동에 집중하지 못할 때 부모는 어김없이 ‘주의력 문제’를 떠올립니다. 최근에 이런 문제가 대두되고 있음에 따라 우리 아이도 ADHD가 아닌지를 제일 먼저 의심해 보곤 합니다. 실제로 ADHD로 진단된 아이 중 일부는 감각통합 문제가 동반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ADHD처럼 보이는 행동이 알고 보면 감각처리의 어려움에서 비롯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 둘은 매우 비슷해 보이지만, 원인도, 개입 방식도 다릅니다. 문제는 이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면, 아이에게 꼭 필요한 접근을 놓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유사한 행동, 다른 원인

감각통합장애(SPD)와 ADHD 모두 주의산만, 충동적 행동, 좌불안석 같은 공통된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것을 알 수 있습니다.

ADHD는 뇌의 전두엽 기능과 관련된 주의조절 및 충동조절의 신경학적 문제 입니다. 반면, 감각통합 문제는 감각을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적절히 반응하는 뇌의 감각처리 시스템의 어려움 입니다.

예를 들어, 전정감각에 과민한 아동은 그네나 계단에서 불안해하고 몸을 움츠리며 시도 자체를 피하려 할 수 있고, 촉각에 예민한 아동은 옷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친구와의 신체 접촉을 꺼리며, 그로 인해 집중이 흐트러지기도 한다. 이 경우 주의력 문제라기보다는 감각 방어에 따른 회피 반응으로 봐야 합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구분의 실마리

사례 1: 산만하고 집중 못 하는 6세 준호

준호는 수업 중 자꾸 자리에서 일어나고, 소리에 쉽게 주의를 빼앗깁니다. 처음엔 ADHD 의심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세밀한 감각 평가 결과 청각 과민과 고유수용감각 저하가 드러났습니다. 특정 소리에 놀라고, 몸의 위치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해 불안한 몸짓을 반복했던 것입니다. 감각통합 치료 개입 이후, 공간 속에서 몸을 더 안정감 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교실에서의 주의 집중도 자연스럽게 향상되었습니다.

사례 2: 계속 움직이는 5세 수민

수민이는 항상 뛰어다니고,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걸 힘들어한다. 부모는 ADHD라고 생각했지만, 세밀한 검사 결과 전정감각 추구가 강한 아이였습니다다. 수민이는 뇌가 적절한 자극을 받지 못해 의도적으로 회전하거나 몸을 흔드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고, 실제로 전정감각 중심 개입과 균형 감각 훈련을 병행하면서 그 움직임의 질과 양이 안정되었습니다.

중요한 점은 수민이는 과잉행동처럼 보였지만, 충동조절의 문제가 아니라 감각입력의 필요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는 것입니다.

구분을 위한 핵심 질문들

  • 상황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나요?
    ADHD 아동은 대부분의 환경에서 주의조절이 어렵지만, 감각통합 문제는 특정 감각 자극이 있을 때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 예: 소음이 없을 땐 집중하지만, 시끄러운 환경에서만 산만하다면 감각 과민 가능성.
  • 움직임이 목적이 있나요, 반복되나요?
    ADHD는 목적 없는 과잉행동이 특징이나, 감각통합 문제 아동은 특정 감각을 ‘찾아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 예: 계속 회전하거나 눕는 행동이 특정 패턴을 가진다면 전정감각 추구 행동일 수 있음.
  • 약물 반응은 어떤가요?
    ADHD는 일반적으로 약물 치료에 일정 효과가 있지만, 감각처리 문제에는 효과가 없다. 이는 진단과 개입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힌트가 된다.

진단은 시작, 개입은 다르게

감각통합이든 ADHD든, 중요한 건 아이의 행동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명확한 평가와 구분을 통해 아이에게 맞는 방식으로 접근할 때, 그 행동은 의미를 찾고 변화를 시작합니다.

혹시, 여기까지 읽으시면서 ‘우리 아이는 어떤 걸까’라는 고민을 해보셨나요?
그렇다면 이어서, 감각통합 평가와 ADHD 진단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고, 어떤 개입이 필요한지를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감각통합 평가와 ADHD 진단, 무엇이 다를까요?

감각통합 문제와 ADHD는 **전문가의 면밀한 평가**를 통해 구분할 수 있습니다. 진단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접근법도 달라져야 합니다.

1. 감각통합 평가

감각통합 평가는 주로 작업치료사나 감각통합 전문가가 시행하며, 다음과 같은 요소를 포함합니다.

  • 감각프로파일(Sensory Profile): 부모 설문을 통해 아이가 일상에서 어떤 감각에 민감하거나 회피, 추구 행동을 보이는지 확인합니다.
  • SIPT 또는 감각통합 임상 관찰: 자세 조절, 눈-손 협응, 전정감각 반응 등을 직접 관찰하는 검사입니다.
  • 운동계획 능력 및 고유수용감각 검사: 몸의 위치를 얼마나 정확히 인식하고 조절하는지 평가합니다.

2. ADHD 진단

ADHD는 정신건강의학과 또는 소아청소년 정신과에서 진단하며, 다음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 DSM-5 기준에 따른 진단면담: 산만함, 충동성, 과잉행동 등의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었는지, 일상 기능에 영향을 주는지를 확인합니다.
  • 부모/교사 행동평가척도(CBCL, K-ARS 등): 여러 환경에서의 주의력 행동을 다각도로 평가합니다.
  • 주의집중력 검사(CPT 등): 컴퓨터 기반의 집중력 테스트로, 지속적 주의력을 측정합니다.

이처럼 감각통합 문제는 감각 자극에 대한 반응의 질을, ADHD는 뇌의 주의조절 기능 자체를 중점적으로 평가합니다.

가정에서 먼저 체크해볼 수 있는 7가지 질문

진단 전이라도,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 우리 아이의 행동을 더 깊이 관찰할 수 있습니다.

  1. 아이의 행동이 특정 감각(소리, 냄새, 촉감 등)에 따라 예민해지거나 달라지나요?
  2. 조용한 환경에서는 집중을 잘하지만, 시끄러운 곳에선 쉽게 흐트러지나요?
  3. 몸을 계속 움직이려고 하나요? 그 움직임이 규칙적이거나 반복되나요?
  4. 감각 놀이(모래놀이, 흔들의자, 뒹굴기 등)를 좋아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자주 하나요?
  5. 주의 산만함이 상황과 무관하게 항상 지속되나요?
  6. 사회적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나요?
  7. 가벼운 접촉에도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옷을 불편해하나요?

위 질문 중 3개 이상이 ‘예’로 답해진다면, 감각처리 문제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반면, 대부분의 환경에서 일관되게 충동성과 집중력 저하가 관찰된다면 ADHD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결론: 구분보다 중요한 건 ‘이해’입니다

감각통합이든 ADHD든, 아이는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반응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너무 많은 감각이 부담이 되어 산만해 보이고, 때로는 스스로를 조절하지 못해 충동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잘못됐는가’를 찾기보다 ‘이 행동이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를 묻는 것입니다. 진단은 출발점일 뿐입니다. 그 전에 아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아이가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준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