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통합과 학습능력: 그 깊은 연결고리
“우리 아이가 글씨를 너무 천천히 써서 필기를 마무리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요.”
“집중을 못 해서 수업 내용을 잘 따라가지 못해요.”
학교에 가면 이런 아이들을 한 두명 만나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 특성을 단순히 성격이나 노력 부족으로 생각하고 아이에게 고치라고 다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의 원인엔느 감각통합의 문제가 있는지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감각통합은 우리 몸이 받아들이는 다양한 감각 자극(시각, 청각, 촉각, 전정감각, 고유수용감각 등)을 뇌가 정리하고 해석하여 적절한 반응을 하게끔 하는 신경학적 처리 과정입니다. 이 감각통합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 아이는 자신의 몸과 주변 자극을 효율적으로 조절하지 못하고, 이는 곧 학습 능력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가 학습을 하는데에는 많은 요소들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감각통합이 되지 않으면 어떠한 요소들이 갖추어지지 않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집중력에 미치는 영향 - 감각처리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반대로 자극에 둔감한 경우 아이는 주의 집중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예를 들어 전정감각이 불안정하면, 아이는 책상에 앉아 있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자세를 바꾸거나 몸을 움직이려 하며 자신만의 안정감을 찾으려고 할것입니다. 이는 곧 집중의 방해 요소가 됩니다.
- 좌우협응에 미치는 영향 - 양손을 함께 쓰는 활동(예: 자르기, 글씨 쓰기), 양 눈으로 한 대상을 따라가는 움직임(예: 줄 맞춰 읽기)은 좌우 뇌의 협력이 원활해야 가능합니다. 감각통합이 미숙한 아이들은 이런 협응에 어려움을 겪어 학습 과제 수행이 느려지고, 결과적으로 학습에 대한 흥미나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 학습속도에 미치는 영향 - 감각통합이 어려운 아이들은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감각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환경(예: 밝은 조명, 소음 등)에서 쉽게 피로해지는 경우, 아이는 자연스럽게 학습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단순히 느린 게 아니라, 감각 처리의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즉, 감각통합은 일상을 살아가는데 기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이것은 아동의 학습 준비성과 직접적으로 연결 되어 있습니다. 아이가 가진 인지적 잠재력이 학습 행동으로 드러나기 위해서는 감각통합이라는 바탕이 먼저 튼튼히 다져져야 합니다.
감각통합과 정서, 자존감, 자기조절의 연결
감각통합의 문제는 단순히 학습이나 운동기능의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더 깊은 곳에서는 아이의 정서 안정, 자존감, 자기조절 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감각처리가 미숙한 아이들은 일상생활에서 크고 작은 좌절을 반복해서 경험합니다. 예를 들어, 교실에서 작은 소음에도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친구들과의 신체 놀이에서 쉽게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자신이 '이상하다'거나 '못한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이런 경험은 결국 아이의 자존감 저하로 이어지고, '나는 안돼'라는 학습된 무기력감을 만들기도 합니다.
또한 감각의 과잉 반응 또는 저하 반응은 자기조절 능력에도 영향을 줍니다. 전정감각이 불안정한 아이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고, 촉각에 예민한 아이는 다른 사람과의 신체 접촉에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사회적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는 감정의 기복이나 분노, 불안과 같은 문제로 연결되기도 하며, 결과적으로 정서조절의 어려움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훈육이나 반복적인 연습이 아닙니다. 먼저 아이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즉 감각을 통해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이해하고, 그 감각체계가 안전하게 통합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를 위해 감각통합치료 전문가의 평가와 개입이 필요할 수 있으며, 가정에서는 그네 타기, 모래놀이, 촉감놀이, 균형놀이 등 일상에서 감각을 자극하고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감각이 조화롭게 통합될 때, 아이는 스스로의 감정을 안정시키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으며, 학습에도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준비가 됩니다.
감각통합은 단지 한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전인적 성장과 발달을 위한 핵심 기초입니다.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가 곧게 자라듯, 감각이 안정되어야 아이가 건강하게 세상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불편해 하고 있는 상황들, 아이가 어려워하고 있는 행동들. 단순히 아이의 성격문제, 적응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감각'의 시선에서 아이를 바라봐주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빨리 손을 내밀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늘도 아이를 이해하기 위한 한걸음 다가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