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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통합과 자폐 스펙트럼: 꼭 함께 고려해야 할 이유

by 개굴09 2025. 6. 25.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요즘은 사회에서 많이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이라면 한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자폐는 스펙트럼이라는 단어가 붙어서 단순히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매우 큰범위의 증상들을 포함한 복합적인 신경발달장애입니다. 그중에서도 ‘감각처리의 어려움’은 이 아이들에게 빈번히 보여지는 어려움 입니다. 따라서 자폐 스펙트럼 아동의 발달 지원에 있어 감각통합은 꼭 필요한 치료 영역입니다.

자폐 스펙트럼 아동의 감각처리 특성

감각처리(sensory processing)란, 우리가 주변 환경에서 들어오는 감각 자극을 인식하고, 해석하며, 적절하게 반응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 아동은 이 감각 정보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일반적인 발달을 보이는 아이들과 다르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성이 나타납니다.

과민반응(hyper-responsiveness): 작은 소리나 촉감에도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함

저반응(hypo-responsiveness): 통증이나 온도, 소리에 둔감하게 반응함

감각추구(sensory seeking): 반복적으로 돌리기, 빛 보기, 뛰기 등의 자극을 스스로 만들어내려는 행동

감각회피(sensory avoiding): 감각자극을 최소화 하기위해 피하거나 거부하함.

이러한 감각처리 특성은 단순한 기질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정서조절, 주의력, 사회적 상호작용에 깊이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감각통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아동에게는 말이나 인지적 지시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각통합치료, 왜 병행되어야 할까?

자폐 스펙트럼 아동을 위한 치료는 일반적으로 언어치료, 행동중재(ABA), 사회성 훈련 등으로 구성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신체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자극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감각통합치료는 바로 이러한 기반을 다져주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촉각에 과민한 아동이 있다면 언어치료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교구나 도구조차 거부감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전정감각(몸의 움직임과 균형을 담당하는 감각)에 둔감한 아동은 가만히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어려워 치료의 집중도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감각통합치료는 이러한 ‘감각 기반의 불균형’을 사전에 조율하여, 다른 중재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준비된 신체 상태를 만들어줍니다.

임상에서의 감각통합치료 접근

감각통합치료는 단순히 아이에게 다양한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감각 반응 패턴을 세밀하게 평가한 뒤, 그에 맞는 맞춤형 환경을 설계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촉각 예민 아동: 부드러운 브러시로 전신 마사지, 점진적 노출 놀이 활용

전정감각 둔감 아동: 흔들의자, 균형보드, 회전놀이 등으로 감각 자극 증가 감각추구형 아동: 감각을 대체할 수 있는 안전한 자극 환경 제공 (예: 촉감놀이, 점토, 샌드백 치기 등)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활동이 아동에게 안정감과 즐거움을 기반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억지로 자극을 주거나, 불편한 감각을 강요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해 치료 효과가 저하될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감각통합치료의 변화

실제 임상 현장에서 만난 5세 자폐 스펙트럼 아동 A군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A군은 일상 속 대부분의 촉각 자극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며, 옷 태그나 양말을 극도로 거부했고, 머리를 감길 때마다 울음을 터뜨리며 도망가곤 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반복적으로 손을 털거나 벽을 손으로 문지르는 행동도 잦았습니다. 감각통합치료 초기에는 아이가 거부하지 않는 수준에서 아주 부드러운 천을 사용한 촉각 자극부터 시작했습니다. 이후 모래, 물, 젤리 등 다양한 질감의 감각 놀이를 점진적으로 추가하면서 아이가 감각을 수용하는 폭이 서서히 넓어졌습니다. 4개월 정도가 지나자, A군은 이전에 거부하던 옷을 스스로 입기 시작했고, 머리를 감을 때도 큰 저항 없이 앉아 있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다른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등 사회적 반응성도 눈에 띄게 향상되었습니다. 이처럼 감각통합치료는 단기적 행동교정이 아니라, 신경학적 기반을 다듬는 작업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지만, 그 변화는 아이의 삶의 질 전반에 영향을 줍니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감각 지원 활동

감각통합치료는 전문 치료실에서 진행되지만, 가정에서도 작은 실천을 통해 효과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의 감각 특성에 맞는 자극’을 안전하고 일관되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촉각 과민 아동: 부드러운 브러시 마사지, 물감 대신 손에 묻히지 않는 스펀지 활용 전정감각 둔감 아동: 트램폴린 점프, 이불 속 구르기, 방 안에서 짧은 줄넘기 감각추구 아동: 촉각 상자 만들기(쌀, 콩, 오트밀 등을 넣어 탐색하게 하기), 고무 공 굴리기, 스트레칭 놀이 활동은 반드시 놀이처럼 진행되어야 하며, 아이가 불편함을 표현하면 즉시 멈추고 아이의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각통합치료 전, 부모가 준비하면 좋은 질문들

감각통합치료를 처음 시작할 때, 부모가 아이의 특성과 어려움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치료 방향 설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 리스트를 준비해 보세요.

  • 아이가 특히 싫어하는 옷감, 소리, 냄새는 무엇인가요?
  • 특정 시간(예: 식사 전, 목욕 후)에 유난히 불안정한가요?
  •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이나, 자주 하는 신체 동작이 있나요?
  • 새로운 환경이나 낯선 사람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 집중력이나 수면, 식사 등 일상 기능은 어떤 상태인가요?

이런 관찰은 전문가가 감각통합프로파일을 파악하고, 개별화된 치료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마무리하며

자폐 스펙트럼 아동에게 감각통합은 ‘보조적 치료’가 아니라, 세상과 연결되기 위한 필수 작업입니다. 감각은 곧 경험의 언어이고, 아이가 이 언어를 안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다른 치료들이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일수록 세상을 향하기 전 준비가 가장 필요합니다. 그 준비는 감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바르게 표현해 내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감각의 세계에서 혼란을 겪지 않도록, 부모와 전문가가 함께 손잡고 걸어가는 길. 감각통합치료는 그 길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