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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통합과 수면: 왜 자꾸 깨는 걸까?

by 개굴09 2025. 6. 21.

둘째를 키우면서 인스타에서 가장 많이 보았던 것 중 하나는 수면에 관한 이야기 였습니다.

아이가 어릴 수록 잠을 자기 어려워 하고 안아 재우면 안되고 심지어 이에 대해서 코칭을 받는 부모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클수록 스스로 잠드는 것을 배우고 밤에는 깨지 않고 길게 자는 것을 알아갑니다.

그런데 깊은 잠을 자던 아이가 이유 없이 깨어 웁니다. 자는 도중 몸을 뒤척이며 이불을 차고, 잠든 지 1시간 만에 다시 깨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 막 길게 자는 것에 대해서 안도했던 부모들은 "왜 이렇게 자주 깨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러한 수면문제를 저는 감각에서 시작됩니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1. 왜 자꾸 깨는 걸까?

뇌는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자극을 감지합니다. 우리는 깨어 있을 때뿐만 아니라, 잠든 상태에서도 뇌는 끊임없이 외부 자극을 처리하고 해석합니다. 이는 생존과 직결되는 기능입니다. 작은 소리나 피부에 닿는 촉감, 체온 변화, 옷의 마찰 등이 수면 중 뇌에 감지되면, 뇌는 그 자극이 위협인지 아닌지를 재빨리 판단합니다.

이 과정이 일반적인 경우에는 자극이 무의식적으로 걸러지며 잠이 지속됩니다. 하지만 감각 통합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 뇌가 자극을 '위협'으로 잘못 해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불필요한 자극에도 깨어나는 것입니다.

감각 민감성과 수면의 연결 고리

감각 통합의 관점에서 수면 문제를 살펴보면, 특정 감각 자극에 과도하게 민감한 아이일수록 자주 깨거나, 깊은 수면 상태에 도달하기 어려운 경향을 보입니다. 대표적인 감각 예민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촉각 예민: 이불의 소재, 옷의 태그, 잠자리 시트의 질감이 불편함을 유발
  • 청각 민감: 작은 소리에도 쉽게 반응, 예: 냉장고 소리, 형제의 숨소리 등
  • 고유감각/전정감각 불안정: 몸의 위치를 불안정하게 느껴 뒤척임이 많고 자주 깨는 패턴

이러한 감각 과민성은 수면의 깊이와 지속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뇌가 '자극을 걸러내지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첫째, 수면 환경을 감각적으로 정돈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촉각이 예민한 아이라면 부드러운 촉감의 시트와 라벨 없는 잠옷, 일정한 온도와 조도를 유지한 수면 공간이 필요합니다. 불필요한 자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둘째, 자기 전 감각 조절 루틴을 만드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가벼운 압박을 주는 담요(Weighted Blanket), 딥프레셔 마사지, 따뜻한 목욕 등은 아이의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수면 전 긴장을 완화해 줍니다.

셋째, 감각통합치료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아이의 감각 프로파일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정 감각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평가하면, 보다 구체적이고 맞춤화된 수면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아이의 뇌와 몸이 성장하는 시간입니다. 수면 문제를 단순히 ‘성격’이나 ‘습관’으로 치부하지 않고, 아이의 감각 세계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는 것이 진짜 회복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2. 감각통합 기반 수면 루틴,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1. 감각조절 중심의 저녁 루틴 만들기

감각에 민감한 아이일수록 수면 전 루틴이 ‘감각적으로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구조’를 가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순서로 저녁 일과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순서가 반복되면 아이의 뇌는 ‘이제 곧 쉬는 시간이야’라고 예측할 수 있고, 이는 신경계 안정에 큰 도움을 줍니다.

루틴 예시:

  • 저녁 식사 → 따뜻한 목욕(40℃ 이하) → 딥프레셔 마사지 → 조도 낮춘 방 → 짧은 책 읽기 → 수면

딥프레셔 자극은 아이의 신경계를 진정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부드러운 담요로 감싸기, 팔 다리 천천히 눌러주기, 손바닥과 발바닥에 원을 그리듯 마사지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2. 수면 전 과도한 자극 차단

놀다가 바로 잠자리에 드는 패턴은 감각 예민 아이에게 더 큰 스트레스를 줍니다. 특히 시각, 청각 자극이 강한 TV 시청이나 스마트폰 사용은 뇌의 흥분 상태를 지속시키므로 최소 수면 1시간 전부터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조용한 조명 아래에서의 감각 안정 놀이를 권장합니다.

3. 숙면을 돕는 감각 환경 구성

  • 이불: 약간의 무게감이 있는 이불은 딥프레셔 효과로 수면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 조명: 따뜻한 색감의 수면등(2700K 이하)을 사용하고, 블루라이트 차단은 필수입니다.
  • 소리: 무음보다는 백색소음기, 잔잔한 자연음 등 반복적인 소리를 활용하면 아이의 청각이 과도하게 예민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3. 실제 치료 현장에서의 개입 사례

사례 1. 5세 여아 - 촉각 예민과 빈번한 야간 각성

이 아이는 평소 옷의 재질에 매우 민감했고, 잠들기 전 자주 이불을 차며 울곤 했습니다. 감각통합평가 결과, 촉각과 고유수용감각에 과민 반응이 있었습니다. 치료사는 낮 동안 감각 경험을 넓혀주는 놀이(예: 쌀통 탐색, 촉감 물감 놀이)를 실시하고, 밤에는 무게담요와 딥프레셔 마사지 루틴을 도입했습니다. 3주 후부터 야간 각성 빈도가 뚜렷하게 줄었습니다.

사례 2. 6세 남아 - 전정감각 불안정으로 인한 수면 중 다리 움직임 과다

이 아이는 잠들어도 자주 다리를 뻗거나 차는 행동을 반복하며 깊은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평가 결과 전정감각과 고유감각 통합의 어려움이 원인으로 파악되었고, 낮 동안 그네타기, 짐볼 균형놀이 등을 통해 감각통합 운동을 진행했습니다. 자극 후 일정한 루틴의 수면 환경을 조성한 결과, 전반적인 수면 깊이가 개선되었습니다.

 

감각통합은 수면의 질과 직결됩니다.

우리는 잠을 통해서 피로를 회복하고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합니다. 이렇게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닌 성장과 회복의 시간입니다. 감각통합에 기반한 수면 지원은 단순히 잠을 재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전반적인 발달을 도와주는 핵심적인 접근입니다. 아이가 수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감각의 언어로 아이를 이해하고 도울 때입니다.

아이의 잠은 그저 밤의 문제가 아닙니다. 감각을 이해하는 순간, 아이의 하루 전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